약 2년전, 대학 졸업과 동시에 항공사에 취업했다. 항공기 엔지니어였고, 힘들고 재미는 없었다. 그래서 1년후 퇴사했다.
20대 후반에 접어드니 경조사 소식이 들린다. 친구들은 이미 직장에서 자리잡고 가정을 꾸리는 시기가 되었다. 이젠 진짜로 어리기만 한 나이가 아닌 것이다.
이십춘기는 어쩌다 오게 되는가?
나의 이십춘기는 어찌보면 필연적인 것이다.
고등학교 생기부에 ‘장래희망 : 없음’을 기재할 정도로 생각이 없었다. 뭘 좋아하는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한 고찰이 전무했다. 성적맞춰 간 대학, 남들이 하니까 입사한 회사 생활로 채워진 내 인생은 재미없기 짝이 없었다. 그제서야 나에 대해 깊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내 이십춘기는 이때부터 시작이었다.
넌 뭘하고 싶은건데?
막상 아무 계획도 없었다. 어떤 세상이 있는지도 몰랐었다. 세상과 동떨어진 기분이었고 미래는 막막해 보였다. 그와 동시에 뭔들 못할까? 라는 근거없는 자신감도 있었다. 그냥 출퇴근이 싫었고 월급받는게 싫었다. 사람들 눈치보기도 싫었다.
일단 부자들이 쓴 책들을 읽었다. 여러 부업들을 찾아보게 되었다. 결국 “나만의 무언가를 만들고 팔고싶다.” 는 결론이 나왔다.
파티룸을 만들어보자



그때 한창 부업시장에서는 에어비앤비,파티룸이 뜨고 있었다. 적은 투자금으로 셋팅만 해놓으면 그 공간이 돈을 벌어준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각종 강의 및 릴스가 쏟아져 나왔다. 사실 혹했다. 모아둔 1000만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몇개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냥 망해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파티룸 오픈에 도전했다. 지금 생각해 봐도 막무가내, 맨땅에 헤딩이었다. 마케팅은 당연히 모르고 사업자 등록부터 부동산 매물선정, 네이버 플레이스 셋팅까지 할줄 아는게 없었다.
20대 남,녀 혼성을 타겟으로하고 중성적으로 인테리어 하고, 가성비 셋팅을 했다.
오픈 한달차부터 슬슬 예약이 들어왔고, 딱 월세, 관리비 낼 정도의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연말 연초 약 3~4달간은 예약이 많이 들어왔고 200~250만원의 순수익이 생겼다. 물론 이 시기를 제외하면 수익이랄 것도 없었다. 그래도 기대에 비해 만족스러웠다.
이 시기에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했고, 이를 통해 내가 아르바이트 할 시간을 확보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아르바이트 생을 고용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함으로써 12월에는 450만원 정도를 벌었다.
진짜 맥락없는 사람
나는 진짜 맥락이 없다. 재밌어 보이면 장르를 가리지 않고 시도했다.
파티룸 운영이 체계화 되고 나서는 아르바이트와 더불어 묵혀뒀던 티스토리 블로그를 시작했다. 네이버 블로그와는 다른 성격의 블로그로, 구글의 승인을 받아 애드센스 광고를 블로그에 게시함으로써 광고 수익을 얻는 구조였다. 이 시기에 챗GPT, 검색엔진최적화, 글쓰기, 키워드에 대해 공부할 수 있었다.

또 온라인 광고 대행도 해봤다. 친구가 판매하는 한식디저트를 당근마켓에 광고하는 것이었다. 비즈니스는 아니었고, 재밌어보여서 했다. 몇 건의 판매를 올리는 동안 광고와 카피라이팅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 같은 광고를 진행하더라도 성별, 연령층, 지역, 시간대를 세세하게 테스트하여 최적의 타겟을 찾아내고 거기에 몰빵해야 됨을 알 수 있었다.
또 모임을 운영해 봤다. 평소에 내가 좋아했던 프로게임단인 T1의 경기를 같이 관람하는 파티를 만들었다.
파티룸이 있으니 사람만 모으고 음식만 준비하면 될 줄 알았다. 스레드로 T1 관련 글들을 몇개 올렸고, 반응이 꽤 좋았다. 6명정도로 시작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굉장히 엉성했다. 참가비를 받고 간식거리와 공간을 제공하는 구조였는데, T1이 일찍 탈락해 버려서 모임은 2회차에 그쳤다.
나같은 사람 더 없나?
파티룸, 블로그, 광고, 모임과 더불어 보험대리점 사무직, 고깃집 알바등 여러 경험을 했다. 아직 까지도 내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을 곳을 정하지 못했다. 집중력 부족, 잡생각, 성인ADHD, 우유부단 등 많은 단어들이 떠오른다. 내가 문제일까? 내가 잘하고 있는게 맞나? 매일 이런 불안함과 함께 살아간다.
그래도 억지로라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려고 하고 있다. 요즘에는 웹사이트와 노션에 관심이 많아서 노션 관련한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 이 블로그에 내 우여곡절을 기록할 예정이다. 최대한 솔직하게 떠오르는 대로 기록하려고 한다. 여기서 까지 이것 저것 고려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크다.
경험도 없고 아는것도 없이 맨땅에 헤딩하는 누군가를 찾고 있다. 그냥 ‘나같은 사람’을 한번 만나 보고 싶다. 한명쯤은 있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한다.